법치를 위한 변명에서 발췌

출처 : 법치를 위한 변명에서 발췌

이들의 '법치' 인식은 극히 전근대적이다. 엄정한 법 집행, 단호한 경찰권 발동이란 뜻으로나 쓴다. 엄격한 보복 형벌을 규정한 고대 함무라비 법전이나 '예외 없는 형벌 집행'을 주장한 중국 춘추전국시대 법가(法家) 사상, 서구 경찰국가의 '법치' 인식에서 맴돌고 있다.

헌법학 교과서를 뒤져보아도 그런 '법치'는 없다. '법에 의한 지배'를 뜻하는 법치는 근대 민주주의 이래 국가권력의 발동을 제한하고 통제하는 원리로서 기능해 왔다.

주권자인 국민의 시각에서 국가권력에 마주해 그 행사에 일정한 요건을 설정하려고 한 것이 교과서적 '법치'의 핵심인 것과 달리 현재 마구 거론되는 '법치'는 어디까지나 국가권력의 시각에서 국민을 바라본다. 뒤집기도 이런 뒤집기가 없다.

이렇게 전도된 '법치' 인식은 정치 이데올로기에 그치지 않는다. 국민의 법 감정을 뒤틀어 참된 민주주의, 법치주의의 길을 가로막는다. 용산 참사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에서 권력과 보수층이 은근히 법치를 강조한 반작용으로 '법치'라는 말은 물론이고 그 근간인 법 자체에 대해 의문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에게 법은 자연스러운 연민의 감정을 정면 부정하려는 도구이며, 강자의 이익이며, 사회정의의 적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