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바오로 2세가 김대중 구명 친서를 보냈단다.

5·18 직후 김대중 사형 → 무기 교황이 보낸 구명 친서 결정적

광주일보, 요한 바오로 2세 구명 문서 첫 확인

고(故)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5·18 광주민중항쟁’ 직후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구명 활동을 벌인 사실이 공식문서를 통해 처음으로 확인됐다.

특히 요한 바오로 2세가 당시 전두환 대통령에게 두 차례에 걸쳐 친서를 보낸 기간에 김 전 대통령의 형량이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되는 등 교황청이 김 전 대통령의 사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본보가 18일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요한 바오로 2세는 당시 전 대통령에게 두 차례에 걸쳐 친서를 보내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선처를 당부했다.

그동안 80년 광주 항쟁 이후 세계 각국의 종교 단체 및 주요 인사들이 김 전 대통령에 대한 구명활동을 벌인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교황이 직접 전두환 정권 측에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선처를 요청한 문서가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80년 9월 17일 이른바 ‘김대중 내란 음모사건’을 주동한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고 같은해 12월 4일 2심에서 사형이 확정되는 등 군사정권에 의해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이었다.

이에 요한 바오로 2세는 80년 12월 11일 서울 주재 교황청 대사관을 통해 전 전 대통령에게 1차 서신을 발송해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선처를 당부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김 전 대통령에 대한 형량이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직후인 2월 14일에는 2차 친서를 보내 전 전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전달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1981년 2월 14일자 친서를 통해 “본인은 최근 사형 선고가 감형된 (김대중)에 대해 순수하게 인도적 이유로 자비를 베풀어주실 것을 요청했습니다”라며 “(전두환) 각하께서 신속히 배려(감형)해 주신데 대해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이 친서에 따르면 당시 김 전 대통령이 감형을 받는 데 교황청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김 전 대통령의 형량이 무기징역으로 낮춰진 것은 교황이 첫 편지를 보낸 지 43일 뒤인 1981년 1월 23일이기 때문이다.

앞서 전 전 대통령은 81년 1월 5일 첫 답신을 통해 “본인은 (교황) 성하의 호소가 순전히 인도적 고려와 자비심에 의거한 것임을 유념하겠습니다”라며 “아국의 특수 사정에 대해 계속 동정적인 이해를 베풀어 주시기를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또 “(김대중)은 어떠한 정치적 이유가 아닌, 오직 불법적인 방법과 폭력에 의한 합법 정부의 전복기도를 포함한 반국가적 범죄로 인해 재판을 받고 있다”면서도 “동인에 대한 재판은 아직 대법원에 계류 중입니다”라고 밝혀 감형에 대한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편 지난 1978년 교황으로 선출된 요한 바오로 2세는 1984년(한국천주교 200주년 기념식)과 89년(세계성체대회) 두 차례에 걸쳐 한국을 방문했다.

2005년 4월 3일 선종 때까지 27년간 가톨릭 수장으로서 바티칸을 지켰다.

/최경호기자 choice@kwangju.co.kr
/김형호기자 k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