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러 명이 하는 게임을 즐기는 이유

예로부터 도박을 같이 해보면 그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이는 돈관계나 승부욕 등이 비춰지기 때문일 것이다.

조금 더 깊게 말하자면 여러 명이 하는 도박이나 게임을 해보면 상대방의 성향이 거의 확실히 드러난다. 이는 세력의 강약에 따른 형세 판단과 그 형세에 따라서 변하는 처세가 비춰지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말한다. 장기나 바둑 또는 여러가지 스포츠가 신사적인 게임이라고...그렇다. 앞서 말한 게임들은 일대 일 상황의 게임이거나 다른 이들의 영향을 적게 받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바둑과 장기 그리고 화투의 삼봉(육백)은 일대 일이니 논란의 여지가 없고, 다른 이들과의 세력 균형을 신경쓰지 않고 자기 패만 보고 치는 민화투가 그러하다.

하지만 고스톱처럼 여러 명이 하는 게임은 신사적일 수가 없고, 설령 신사적일 경우는 필패이거나 민폐가 될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다른 룰들은 얼마든지 양보가 가능하지만 쇼당과 독박은 엄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승리하지 못할 것 같으면 강한 자를 견제하여 적은 피해를 보도록 이끌어 게임의 리듬을 타도록 행동해야 한다. 이는 타짜가 아니더라도 생각할 수 있는 생존의 법칙이다. 즉, 내가 약할 때는 다른 사람의 힘을 이용(?)해서 승리하던지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법칙은 세상을 살아가는 것과 (거의) 정확히 투영될 뿐만 아니라 자세히 들여다 보면 동양의 병법류와 일맥상통한다.

유명한 삽십육계 승전계(勝戰計)의 만천과해(瞞天過海), 위위구조(圍魏救趙), 차도살인(借刀殺人), 이일대로(以逸待勞), 진화타겁(盡火打劫), 성동격서(聲東擊西)나 적전계(敵戰計)의 이대도강(李代桃畺), 순수견양(順手牽羊) 그리고 공전계(攻戰計)의 타초경사(打草驚蛇), 욕금고종(欲擒故縱)이나 혼전계(混戰計)의 원교근공(遠交近攻) 등...그 적용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이따위 것들은 많이 읽는다고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머리가 좋다고 해서 터득되는 것도 아니다. 최소한 상대방의 입장에서만 생각해도 알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셋 중에서 내 예측대로 움직이지 않는 이도 있을 것이고, 넷 이상이 되면 훨씬 더 복잡해지므로 감히 나는 예측하지 못한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3명은 win-win으로 설득할 수 있어도 4명 이상이 되면 조정이 어렵더라...라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기회는 한 번만 있는 것이 아니고, 세상에 단 한 번으로 승부가 결정나는 게임은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니깐 살아 갈 수 있고...그러면서 배우는 거니깐.

갑자기 웬 뻘소리냐면...구독하는 바로님의 블로그에서 3인이 하는 장기가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꽤 관심이 간다.

참고 : 삼국장기 - 삼국연의팬의 필수보드게임.

참고로 나는 세 팀이 하는 윷놀이를 가장 좋아한다. 세 팀이 윷놀이를 하게 되면 위에 말한 대부분의 상황이 등장하니 재밌고, 네 팀 이상이 하기에 윷 판은 너무 작아서 그렇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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