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예언

문제는, MB탄핵이라는 절절하고도 시의적절한 요구가 하필 이런 '패닉'을 딛고 터져나왔다는 사실이다. 대운하도 아니고 건강보험도 아니다. 너무 허약한 지반 위에, 너무 많은 이들이 올라섰다. 황우석과 심형래가 보여줬듯, 최전선에 섰던 이들은 패닉이 가라앉은 후 바보취급을 피할 수 없다. 역풍이 불거다. 지금처럼 간다면 아주 세게 불 것 같다. MB를 끌어내려야 할 99가지 합리적이고 삶과 맞닿은 이유들은, 광우병 패닉과 동급의 멍청한 판단 취급을 당하며 쓸려갈지도 모른다. 그러면 또 한동안 기회는 없다. 내가 지금 무서운 건 미국소가 아니라 이거다.

"100% 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00% 사망합니다. 100% 되돌릴 수 없습니다!!" 현장에서 받았던 유인물의 문구다. 인류가 거의 아는 게 없는 병을 두고 근거없는 확신에 차서 검역주권을 내던졌다는 것까지는 팩트고, 그걸로도 충분히 분노할 만하다. 하지만 이게 무신 히틀러식 유대인말살계획의 MB판 쯤으로 이야기해 버리면, 역풍이 불 때 견딜 수가 없다. 지금 숨죽이고 있는 이들은 "좌빨들이 그렇지. 근거없는 선동질로 공포분위기나 조성하는 것들."이라며 혀를 찰 테고(조중동은 이미 그러고 있다. 이게 다급한 불끄기 같은 게 아니라, 이친구들이 판을 더 크게 보는 건지도 모른다), 졸지에 건보민영화 반대와 대운하 반대와 안전한 먹거리 요구가 도매금으로 '선동질'이 되버릴 거다.

시사iN 천모 기자, 2008.5.4, "위태로운 승전보 - 5월 2일 광화문"

깔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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