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28일 목요일

via http://news.jtbc.co.kr/article/article.aspx?news_id=NB10127421

주범도 아닌데…'MB측근' 홍콩 자살 미스터리
[중앙일보]  입력 2012-06-27 01:47 수정 2012-06-27 08:53

아파트, 외부인 침입 흔적은 없어

지난 25일 홍콩의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병일(55)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의 죽음을 둘러싸고 미스터리가 증폭되고 있다. 홍콩 경찰은 외부 침입과 타살 흔적이 없는 것으로 미뤄 김 전 처장이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파리4대학(소르본) 도시계획학 박사, 행시 합격 이력에다 서울시 대변인, 대통령직인수위 전문위원, 서원학원 이사장 등을 거친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법한 뚜렷한 이유나 설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유일한 단서는 김씨가 새누리당 정우택(59·청주 상당) 의원의 성추문 인터넷 유포 명예훼손 사건과 관련해 경찰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고 귀국 일정을 조율 중이었다는 것이다. 여당 최고위원의 명예훼손 사건과 현직 대통령 측근의 죽음 간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2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숨진 김 전 처장은 지난 4·11 총선 직전인 3월 중순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 성추문 의혹을 다룬 글이 포털사이트 야후에 개설된 'Crime2guilty'란 블로그에 올라오자 이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연동했다. 친박계인 정 의원은 당시 청주 상당 지역구 출마자였다. 문제의 글에는 정 의원이 제주도 공무출장 때 불법적 성 상납을 받았고 ▶일식집 주인과 불륜 관계가 있으며 ▶불법적 선거자금 수수 및 자금 배포 의혹이 있다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사건 초기 정 의원은 청주 흥덕갑 예비후보였던 새누리당 손인석(41) 전 중앙청년위원장을 유포자로 보고 손씨와 캠프 관련자 2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손 후보는 정 의원이 충북지사였던 시절 측근이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친이계인 김 전 처장의 페이스북 연동 사실을 확인하고 3월 말 그를 한 차례 소환조사했다. 당시 김 전 처장은 "글을 본 적도 없다. 페이스북이 해킹당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조사를 마치고 나흘 뒤 홍콩으로 급히 출국했다. 김 전 처장이 출국한 날 정 의원은 "제3세력 개입 정황을 포착했다"며 손씨에 대한 고발을 취하했다. 이후 경찰은 4월 초 김 전 처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 김 전 처장이 수사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죽음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 전 처장의 한 지인은 "평소 학자풍으로 명예를 중시하던 그가 4·11 총선에서 친이계라는 이유로 낙천한 데 이어 경찰 수사까지 받게 되자 큰 충격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전 처장은 명예훼손 사건의 주범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를 죽음의 이유로 보기에는 의문이 남는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신우코리아 대표 이왕재(43)씨가 홍콩에 머물며 블로그를 개설한 사실을 파악했다. 이씨의 행방을 쫓던 경찰은 그가 지난 18일 이미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에 구속됐음을 알았다.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의 부탁으로 회사 명의를 대여해 160억원을 대출받게 해 주고는 이를 빌미로 거꾸로 김 회장을 협박해 3억8000여만원을 뜯어낸 혐의(공갈)였다. 이씨는 원희룡 전 새누리당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김 전 처장이 홍콩에 머물던 시기와 블로그 개설자 이씨가 홍콩에 있던 시기가 겹치는 사실을 확인했다. 두 사람이 홍콩에서 만났는지, 김 전 처장이 왜 평균 조회 수가 10건도 안 되는 이씨 개인 블로그에 접근해 정 의원 관련 글을 페이스북에 연동했는지가 미스터리다. 이씨가 올해 3월 정 의원과 관련된 의혹 글을 올린 이유도 의문이다. 일각에선 이씨가 새누리당에서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후 의혹을 터뜨렸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충북경찰청 관계자는 "블로그 개설자인 이씨가 검거된 만큼 검찰 측에 수사 협조를 요청한 후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원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