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12일 수요일

어떤 예언

문제는, MB탄핵이라는 절절하고도 시의적절한 요구가 하필 이런 '패닉'을 딛고 터져나왔다는 사실이다. 대운하도 아니고 건강보험도 아니다. 너무 허약한 지반 위에, 너무 많은 이들이 올라섰다. 황우석과 심형래가 보여줬듯, 최전선에 섰던 이들은 패닉이 가라앉은 후 바보취급을 피할 수 없다. 역풍이 불거다. 지금처럼 간다면 아주 세게 불 것 같다. MB를 끌어내려야 할 99가지 합리적이고 삶과 맞닿은 이유들은, 광우병 패닉과 동급의 멍청한 판단 취급을 당하며 쓸려갈지도 모른다. 그러면 또 한동안 기회는 없다. 내가 지금 무서운 건 미국소가 아니라 이거다.

"100% 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00% 사망합니다. 100% 되돌릴 수 없습니다!!" 현장에서 받았던 유인물의 문구다. 인류가 거의 아는 게 없는 병을 두고 근거없는 확신에 차서 검역주권을 내던졌다는 것까지는 팩트고, 그걸로도 충분히 분노할 만하다. 하지만 이게 무신 히틀러식 유대인말살계획의 MB판 쯤으로 이야기해 버리면, 역풍이 불 때 견딜 수가 없다. 지금 숨죽이고 있는 이들은 "좌빨들이 그렇지. 근거없는 선동질로 공포분위기나 조성하는 것들."이라며 혀를 찰 테고(조중동은 이미 그러고 있다. 이게 다급한 불끄기 같은 게 아니라, 이친구들이 판을 더 크게 보는 건지도 모른다), 졸지에 건보민영화 반대와 대운하 반대와 안전한 먹거리 요구가 도매금으로 '선동질'이 되버릴 거다.

시사iN 천모 기자, 2008.5.4, "위태로운 승전보 - 5월 2일 광화문"

깔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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