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

우리는 다시 한 번 ‘예수는 정치적인 혁명가가 아니었다’는 상투적인 견해에 대해 묵상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정치적인 혁명성이 ‘주장’되는 게 아니라 지배체제에 의해 ‘증명’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겉보기엔 제아무리 혁명적이라 해도 지배체제가 별다른 위협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건 더 이상 혁명적인 게 아니다. 학술적, 문화적 차원에 머무는 혁명 이론 따위가 그렇다. 반대로 겉보기엔 그다지 혁명적이라고 여겨지지 않는데 지배체제가 어떤 과격하고 급진적인 혁명운동보다 더 위협을 느끼고 적대한다면 그것은 분명히 혁명적인 것이 다. 예수는 비폭력주의자였고 국가권력을 접수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건 다 안다. 그런데 왜 지배체제는 폭력을 사용하고 국가권력 접수를 목표로 싸운 바라빠보다 예수에게서 더 큰 위협을 느끼는가? 예수의 정치성에 대해 말하려면 먼저 이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김규항, 예수전, p.248]

via 가장 혁명적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