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5일 토요일

덕만의 '희망'과 미실의 '환상' - 선덕여왕

꽤 재밌는 대화라고 생각했었는데...다른 이들도 같은 생각을 했나 보다.

선덕여왕, 2009년 덕만의 '희망'과 미실의 '환상' 누가 승리할까?

[선덕여왕 29화 '덕만과 미실이 나누는 대화']

미실: 그래서 신권을 포기하시겠다는 말씀입니까?

덕만: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미실: 공주님, 세상은 '종'으로도 나뉘지만 '횡'으로도 나뉩니다.

덕만: 무슨 말씀이십니까?

미실: 세상을 '종'으로 나누면 이렇습니다. 백제인, 고구려인, 신라인, 또 신라 안에선 공주님을 따르는 자들, 이 미실을 따르는 자들. 하지만 세상을 횡으로 나누면 딱 두 가지 밖에 없습니다. 지배하는 자와 지배당하는 자. 세상을 횡으로 나누면 공주와 저는 같은 편입니다. 우린 지배하는 자입니다. 미실에게서 신권을 뺏으셨으면 공주님께서 가지세요.

덕만: 허면 언젠가 다시 빼앗길 수도 있겠죠.

미실: 그게 두려워 버리시는 겁니까?

덕만: 버리는 게 아니라 백성에게 돌려주는 것입니다.

미실: 그게 버리는 겁니다. 그걸 버리고 어찌 통치를 하려 하시는 겁니까?

덕만: (독백: 그러한가? 버리는 것인가? 통치를 할 수 없는 것인가?)

미실: (마치 속을 꿰뚫어보듯) 예, 공주님. 우린 정쟁을 하고 있습니다. 정쟁에도 규칙이 있는 것입니다. 이건 규칙 위반입니다. 무엇으로 왕권을 세우고 조정의 권위를 세우시겠습니까?

덕만: (무엇으로 내 권위를 세우느냐?)

미실: 무엇으로 백성을 다스리려고 하는 겁니까?

덕만: (무엇으로 다스리느냐?)

미실: 말씀을 해보세요. (완전 윽박지르며) 무엇이냔 말입니까?

덕만: 진실이요.

미실: 진실? 무슨 진실을 말하는 것입니까. 백성들이 공주님을 새로운 천신황녀라 외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무슨 진실이요? 난 사실 아무 것도 모른다, 나에겐 신비스런 능력이 없다, 이런 진실이요?

덕만: 격물이란 사물의 이치를 밝히는 것이며 진실을 밝히는 것입니다.

미실: 그래서요?

덕만: 세주께선 진실을 밝히는 격물을 가지고 마치 세주께서 천기를 운영하는 듯 한 '환상'을 만들어냈습니다.

미실: 백성은 '환상'을 원하니까요. 가뭄에 비를 내리고 흉사를 막아주는 초월적인 존재를 원합니다. 그 '환상'을 만들어내야만 통치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덕만: 아니요. 백성은 '희망'을 원하는 것입니다.

미실: 백성이 '희망'? 공주님, 백성이란 것이 군중이란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 인줄 아십니까.

덕만: (무, 무서워? 미실이 무서워 하는 게 있어?)

미실: 군중의 '희망' 혹은 '욕망', 이런 것들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모르시지요.

덕만: 예, 저는 무섭지 않습니다. 백성이란 적어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겠다는 '희망'을 원하는 것이지 '환상'을 원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미실: 백성은 왜 비가 오는지 알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백성은 일식이 어찌 일어나는지 알고 싶지 않습니다. 누군가 비를 내려주고, 누군가 일식이란 흉사를 막아주면 그만인 무지하고 어리석은 존재들입니다.

덕만: 그건 모르기 때문입니다.

미실: 예, 모릅니다. 알고 싶지 않습니다. 자신들이 뭘 원하는지도 모릅니다.

덕만: 백성이 책력을 알면 절기를 알게 되고 스스로 파종을 할 때도 알게 됩니다. 그리 되면 비가 왜 오는지는 몰라도 비를 자신들의 농사에 어찌 이용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됩니다. 그렇게 한 발짝씩이라도 더 나아가고 싶은 게 백성입니다.

미실: 안다는 건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그들에게 안 다는 것은 피곤하고 괴로운 일입니다.

덕만: '희망'은 그런 피곤과 고통을 감수하게 합니다. '희망'과 '꿈'을 가진 백성은 신국을 부강하게 할 것입니다. 저와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과 함께 그런 신라를 만들 것입니다.

미실: (설마, 이 아이가 원 하는 것이…)

덕만: (이게 내가 하고 있는 말이 맞는 거야?)

미실: 공주님, 미실은 백성들의 '환상'을 이야기하고 공주께선 백성들의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허나, 그 '희망'이라는 것이 그 '꿈'이라는 것이 사실은 가장 잔인한 '환상'입니다. 공주께서 이 미실보다 더 간교합니다.

Posted by wenjun's postero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