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독서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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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달 10일 ‘고등학교 선진화를 위한 입학제도 및 체제 개편 방안’을 발표하였다. 이 계획안은 2011학년도 특목고 입시전형에서부터 각종 영어 인증시험과 경시대회 성적 등을 완전히 배제하고, 대신에 학생들의 잠재력을 평가할 수 있는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바뀌는 입시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 학습계획서, 학교장 추천서를 주요 전형요소로 하는데, 그 핵심은 학교생활기록부에서 학교 외 경시대회나 인증시험, 자격증 취득 등의 기록을 배제하는 한편, 독서항목을 신설하여 독서실적을 기록하게 하여 학생들의 자기주도 학습 능력을 보는 것이다.
정부 발표 이후, 영어독서의 중요성에 새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입시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영어독서의 중요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최근의 이러한 고교와 대학의 입학 전형을 둘러싼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 여러 자치 단체의 공공 도서관과 학교들이 영어도서관을 마련하여 ‘북스타트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영국에서 오래 전에 시작되어 이미 그 효과를 이미 입증한 ‘북스타트 운동’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면 책을 접한 아이들이 책을 접하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계산, 형태․공간 지각 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나타냈으며, 언어능력은 평균 2배 이상 높았다.
2006년 서울대학교 심리학과에서 발표한 아동인지능력발달과 관련한 연구에서도 책을 접한 아이들의 인지 능력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2배 이상 뛰어났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독서’라는 행위 자체가 입시나 언어습득 이외에 아동, 청소년들의 지적능력을 신장시키는데 매우 중요함을 보여준다.

언어 교육적 측면에서 볼 때 영어독서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언어습득의 필수적인 요소는 그 언어의 지속적인 입력을 제공하는 것이다. 언어 습득의 초기단계에서는 말로 된 언어 입력이 필수이긴 하나, 우리나라의 경우 초등영어교육이 과도하게 음성언어중심이라는 비판이 많다.
영어교육은 듣고, 읽고, 말하고, 쓰는 네 가지가 균형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학습자가 흥미와 관심을 갖는 분야에서 스스로 선택한 도서를 꾸준히 읽는 ‘지속적인 독서(free voluntary reading)’ 는 그 언어의 입력 제공과 함께 의사소통에 필요한 언어 습득에 기여 한다. Krashen을 비롯한 많은 학자들이 언어습득에 있어서 입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Krashen에 따르면 제2언어습득에 기여하는 읽기는 기여하는 읽기는 학습자가 동화를 비롯한 흥미로운 책을 자발적으로 선택해서 재미있게 지속적으로 읽는 것이다.
교과서나 참고서를 통한 비자발적 독서는 언어습득에 기여하지 않는다.
학습자가 흥미와 관심을 갖는 분야에서 자신의 언어 수준에 맞추어 직접 읽을거리를 선택하고 본인의 속도대로 즐겁게 하는 독서는 영어도서에 대한 부담감을 감소시키고 독서활동에 자체에 대한 흥미를 증가시킨다. 이러한 독서 과정에서 학습자는 영어 습득에 기여하는 입력을 지속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이는 한국과 같은 EFL상황, 즉 영어 습득 및 학습에 필요한 영어 입력이 극히 제한적인 환경을 고려할 때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한국에서 공교육이 제공하고 있는 영어 입력의 노출 시간은 초등학교 4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을 포함하여 총 10년 동안 대략 950여 시간 정도이다. 그 시간이 짧다고 볼 수는 없으나 학교의 교육과정과 교과편성에 의해 통제되므로 학습자 개개인의 영어 발달 진행 과정과 수준 그리고 흥미가 적절히 반영되기는 힘들다.
특히 평가 중심의 우리 교육 환경에서는 조기 영어교육을 시작한다 해도 지속적으로 영어 자극을 제공하지 않는 한 일정 수준 이상의 영어 습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영어 입력에의 노출 기회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에서 학습자가 자신의 관심 분야의 다양한 책들을 접할 수 있고, 이를 자발적으로 선택하여 지속적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면 영어독서는 영어 학습과 영어 습득에 필요한 입력을 제공하는 최선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영어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 점은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영어독서의 현실적인 필요성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이미 서두에서 달라진 특목고 입시에서 독서기록이 중요한 전형요소가 될 것임을 설명했다.
그런데 영어독서의 중요성은 그 험난한 입시 문턱을 넘어 특목고 진학에 성공한 이후에 오히려 더욱 커진다. 외국어 고등학교의 그것과는 다르다. 이들 학교들은 영문 독해, 문법 중심의 영어 공부에서 한 단계 나아가 이른바 담화 중심의 영어수업을 지향한다. 일련의 줄거리가 있는 긴 호흡의 이야기를 읽고 전체 맥락을 파악한 후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할 수 있는,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영어 실력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 관한 영어독서가 필수적이다.
외국어 학습 및 습득에 있어 목표어로 쓰인 책을 접하게 되면 어휘력과 통사력, 표현력과 같은 형식적 지식뿐만 아니라, 목표 문화나 정치,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내용적 지식 습득에도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훈련된 학생들이 SAT나 TOEFL등의 시험뿐만 아니라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외국어 영역 시험을 치르는데도 더 유리하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미국에서 유학을 하고자하는 학생들이라면 반드시 치러야 하는 SAT나 TOEFL의 경우, 자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관한 지문이나 글로벌 이슈들에 관한 지문을 매우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다.
우리 수능의 경우에도 외국어 영역 시험의 지문들이 날로 길어지고 있고, 다양한 분야에서, 때로는 조금은 전문적인 지식을 요하는 소재들까지도 지문으로 등장하고 있다. 지문을 해석하고서도 무슨 내용인지 이해 할 수 없어 문제를 풀지 못했다는 학생들의 얘기를 많이 접하게 된다. 이는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사전지식과 상식이 부족하기 때문인데, 교과서나 참고서중심의 문법ㆍ독해 학습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부분이다.
어린 시절부터 누적된 영어독서만이 전 세계의 다양한 주제의 대한 풍부한 지식과 상식, 이해력을 길러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영어독서는 결과적으로 입시에서도 큰 힘을 발휘하게 된다.

대부분의 부모들과 교사들이 영어독서의 중요성과 유용성을 절감하고는 있지만 초등학생들도 하여금 다양한 영어책 읽기를 실천하고 습관화하도록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아이의 수준에 맞지 않고, 아이의 흥미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영어독서의 강요는 오히려 아이들로 하여금 영어독서에 질리게 하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
학습자가 좋아하지 않는 도서 읽기를 강요하는 것은 지속적인 즐거움을 제공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고통을 안겨주기도 한다. 막상 영어책만 가득 있는 공간에 서면 무엇을 어떻게 선택하고 시작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하는 부모와 학생들이 많다.
풍부한 자료에 노출 되었다고 해서 학습자들의 영어독서가 저절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아이들로 하여금 영어독서 활동을 바르게 이끌어 줄 교사가 필요하다. 실질적인 영어독서환경의 조성과 함께 올바른 영어독서교육이 병행될 때 비로소 학생들은 영어독서의 즐거움을 깨닫게 되고, 성취감을 경험하며, 마침내 영어독서를 습관화하게 될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영어 학습 및 습득 전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게 될 것이다. 근래에는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게 위해 다양한 분야에의 수준별 영어 도서를 체계적으로 갖추고 있는 영어도서관이 하나 둘 개관하고 있다. 영어 독서를 위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영어도서관에서는 전문교사가 영어독서를 하고 싶도록 학생들의 동기를 유발시키는 활동을 비롯하여 영어독서 과정에서 학생들이 포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다양한 읽기 전략을 제공하고, 영어독서 전 ․ 중 ․ 후 각 과정에서의 독서활동을 지도한다.
이러한 독서지도와 영어 학습 지도가 병행될 때 영어독서는 영어학습의 탄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